34년 화업 남인우 화가, 조선 왕실 일월오봉도를 현대 회화로 재탄생

조선 왕실의 권위를 상징하던 전통 도상 '일월오봉도'가 현대 회화의 언어로 다시 태어났다. 1992년 데뷔 이후 34년간 화업을 이어온 남인우 화가가 2023년 5월 발표한 신작 <197 일월오봉도>가 미술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일월오봉도는 해와 달, 다섯 봉우리를 배치해 왕실의 위엄과 국가 질서를 표현한 궁중 장식화다. 남인우 화가는 이 전통 도상의 상징성을 유지하면서도, 자신만의 조형 언어인 '마티에르 기법'을 통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독특한 질감이다. 남인우 화가는 붓 대신 크림나이프를 주요 도구로 사용한다. 고점도의 유성 물감을 크림나이프의 넓은 면으로 캔버스에 층층이 압착하는 방식으로, 작가는 이를 '버터크림 임파스토' 기법이라고 명명했다. 이 기법으로 완성된 화면은 일반적인 평면 회화와 달리 두터운 물감 층이 빛을 다각도로 반사하며 입체적인 존재감을 드러낸다.

색채 구성도 주목할 만하다. 화면 전체를 감싸는 비취색과 터키블루의 중첩은 청명한 깊이감을 만들어내며, 봉우리 곳곳에 배치된 보라색은 시각적 집중도를 높이는 포인트 역할을 한다. 화면 하단부의 황토색과 올리브그린은 대지의 안정감을 부여하며 상단의 화려한 색채를 받쳐주는 구조다.

전통 일월오봉도에서 해와 달이 차지하던 자리에는 은백색 나비 오브제가 배치됐다. 캔버스 평면 위에 입체적으로 부착된 나비는 빛의 각도에 따라 그림자를 만들어내며, 작가는 이를 "거친 지층을 뚫고 비상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상징"이라고 설명했다.

의령남씨 후손인 남인우 화가는 "일월오봉도는 단순한 궁중 장식화가 아니라 민족의 기개와 질서를 담은 상징"이라며 "34년간 쌓아온 마티에르 기법을 통해 이 상징을 현대적 조형 언어로 되살리고자 했다"고 작업 의도를 밝혔다. 이어 "캔버스 위에 물감을 쌓아 올리는 과정 자체가 역사의 층위를 다시 세우는 작업"이라고 덧붙였다.

작성 2026.05.07 22:41 수정 2026.05.07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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