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인우 화가 '스텔스', 캔버스 위 조각적 볼륨감으로 평면 회화의 한계 넘어서

현대 추상미술의 흐름이 시각적 재현을 넘어 물질 자체의 존재감을 탐구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는 가운데, 캔버스라는 평면 위에서 조각에 가까운 입체적 질감을 구현하는 작가가 주목받고 있다. 의령남씨 조선 개국공신 의령부원군 25세손인 남인우 화가가 그 주인공이다.

남인우 화가의 2022년 작 <193. 스텔스(Stealth)>는 일반적인 유화와 근본적으로 다른 표면 구조를 지닌다. 특수 광물성 혼합 재료를 기반으로 안료를 반복적으로 쌓아 올리고, 이를 다시 깎아내거나 균열을 내는 적층 공정을 수십 차례 거친다. 이 과정을 통해 형성된 표면의 두께는 일반 유화의 수십 배에 달하며, 캔버스 위에 공간을 점유하는 독립된 입체 구조물로 기능한다. 표면에 나타나는 균열과 요철은 인위적 연출이 아닌, 재료 간 화학적 상호작용과 자연스러운 수축·팽창의 결과물로 최소 6개월 이상의 물리적 건조와 중첩 과정을 거쳐야 도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색채 구성 역시 차별화된 특성을 보인다. 화면 상단의 에메랄드 그린과 코발트 블루에서 시작해 중앙의 바이올렛과 화이트를 거쳐 하단의 테라코타 레드와 골드 옐로우로 이어지는 스펙트럼이 대각선 방향으로 배치돼 있다. 마티에르의 요철 위에 얹힌 이 색채들은 외부 광원의 각도에 따라 빛을 굴절·산란시키며 채도와 명도가 유기적으로 변화한다. 조명 환경에 따라 작품이 매 순간 다른 시각적 효과를 보여주는 구조다.

작품명 '스텔스'는 본래 탐지를 피하는 은폐 기술을 뜻하지만, 남인우 화가는 이를 역설적으로 전환한다. 눈에 보이는 현상적 세계 뒤에 숨겨진 본질을 물질의 물리적 실체를 통해 드러내겠다는 작가적 의도가 담겨 있다. 관련 학술 분석에서는 이 작품이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우연적 삭제'와 대비되는 '의도된 구축'의 미학을 지향하며, 안셀름 키퍼의 물질적 숭고를 계승하되 파괴가 아닌 생명 긍정의 방향으로 전개한다는 점에서 독자적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남인우 화가는 30년 이상의 화업을 이어오며 '스텔스' 연작을 통해 물질과 정신의 균형을 탐구해 왔다. 조선 개국공신 가문의 후예라는 역사적 배경은 작품에 전통적 정통성과 정신적 깊이를 더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으며, 국내외 미술 평단에서는 전통적 정체성과 현대적 추상 양식을 동시에 보유한 독보적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작성 2026.05.12 11:30 수정 2026.05.1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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