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마당에서는 누구보다 밝게 웃던 집사님이, 상담실 문이 닫히자마자 참았던 숨을 토해내듯 오열한다. 창원성산교회 담임목사이자 대신대 교수인 이승철의 『마음 현상소』가 8월 14일 희스토리(작가의집)에서 출간됐다. 목양실과 상담실에서 만난 영혼들의 이야기를 사진관 암실이라는 은유로 풀어낸 323쪽 분량의 책으로, 김우석 작가의 일러스트가 함께 실렸다.
은유는 저자의 어린 시절에서 왔다. 사진관 한구석에는 빛이 완전히 차단된 암실이 있었고, 사진사는 문을 닫으며 말했다. "여기 빛 들어가면 다 망가진다." 저자는 훗날 그 말을 다시 읽어낸다. "아직 준비되지 않은 채 성급하게 빛에 노출된 상처는, 치유되기는커녕 도리어 회복 불가능하게 망가져 버릴 수 있다는 것을요." 그렇다고 덮어두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상처는 시간이 지난다고 자연스레 사라지지 않더군요. 마치 한 번도 빛을 보지 못한 미현상 필름처럼, 마음속 어두운 암실에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책이 출발한 자리는 구체적인 질문들이다. "교회에서 봉사도 열심히 하고, 기도도 쉬지 않는데 왜 제 마음은 여전히 지옥 같을까요? 제가 믿음이 부족해서 이런 걸까요?" 늦은 토요일 오후 찾아온 찬양팀 청년은 "청년부 리더도 맡고 찬양팀도 하고 있어서 다들 저보고 믿음이 참 좋다고 해요. 그런데 혼자 방에 들어가면, 그냥 죽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라고 말했다. 저자는 이런 상태에 '신앙적 억압'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속은 문드러지고 피가 철철 흐르는데, 그 위에 '할렐루야'라는 화려한 반창고를 덮어버립니다." 그리고 분명히 말한다. "상처를 아프다고 말하는 것은 믿음이 없는 게 아닙니다."
3부는 회복 이후를 다룬다. 알코올 중독 아버지의 폭언과 어머니의 방관 속에서 자란 서른두 살 청년은 "저는 처음부터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쓰레기인가 봐요"라고 말했다. 저자는 정답을 제시하는 대신 그의 손을 잡았다. 수개월 뒤 청년이 전한 소식이 이 책의 제목이 향하는 곳을 보여준다. "저 이번에 교회 학생회에서 교사로 섬기기로 했어요. 저만큼 그 지옥이 어떤 냄새인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이 없잖아요." 저자는 깨진 도자기를 금으로 잇는 킨츠기를 은유로 들며 "진짜 치유자는 자신의 피가 멈춘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여전히 피가 흐르는 채로 타인에게 떨리는 손을 내미는 사람"이라고 적는다.
이 책의 신뢰는 저자가 자신을 예외로 두지 않은 데서 온다. 박사 학위를 받은 담임목사이자 교수이면서도 그는 "'나 같은 흠집투성이 인간이 감히 누구를 치유한단 말인가?' 가면 증후군에 시달리며 스스로를 혐오했던 밤들도 많았다"고 고백한다. 아이에게 화를 낸 뒤 방문 앞에서 손잡이를 쥐었다 놓기를 반복하던 밤, 결국 "아빠가 백 번 틀렸고, 아빠가 잘못했어"라고 말한 장면은 이 책에서 가장 따뜻한 대목으로 꼽힌다. 대신대 최대해 총장은 "신앙과 심리, 영성과 정서는 결코 서로를 배척하는 적이 아니다"라고, 베들레헴교회 최광영 목사는 "이 책의 미덕은 균형"이라고 평했다.




















